정기태, 에포크미디어코리아 대표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000는 일을 참 잘 한다” “000은 일을 못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듣는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잘한다”와 “못한다”에 관심을 가질 뿐,

일 자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실 “일을 잘한다”는 결과를 얻기 위한 변수는 “잘한다”,”못한다”에 있기 보다는 “일” 그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 혹은 일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BE(Best Efforts) 2) 미션수행 3) 크리에이션

현명한 사람은 벌써 눈치챘겠지만 “일 잘한다”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을 BE(Best Efforts), 미션수행, 크리에이션으로 바꿔갈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 BE(Best Efforts)_시간의 함수

BE는 원래 통신 네트워크의 품질을 정의하기 위해 나온 용어인데, 전송 지연에 민감한 영상서비스나 음성 서비스와 달리 시간지연이 발생해도 큰 문제가 없는 이메일과 같은 서비스를 통칭하여  BE서비스라 한다. 즉, 도착시간은 보장할 수 없으나 나름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통신 서비스라면 BE방식이 네트워크 활용도 측면이나 비용절감 측면에서 충분히 차별화된 가치를 가질 수 있으나 일하는 방식이 BE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열심히 했다’라는 말을 ‘일을 잘했다’라는 말과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만일 BE방식으로 열심히 했다면 결코 ‘일을 잘했다’라는 말과 동일시 할 수 없다.

BE방식의 업무처리는 주어진 근무시간내에 주어진 자원(도구)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일하는 것이다. 기껏 열심히 한다는 것이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그러다 보면 과로로 점점 효율이 떨어져 갈 뿐이다.

일을 마친 뒤 자신이 느끼는 뿌듯함은 “오늘 몇시간 일했어”, “어젯밤은 일하느라 몇시간 밖에 못잤어”등등 주로 시간의 관점에서 말하면서 남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대가 몇시간 일했는가? 그리고 열심히 했는가?는 별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일은 했지만,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책임이 없고, 회사의 이익과 성과에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일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일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더욱 어렵다.

차라리 놀면 휴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본인은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없는 건,

본인에게도 회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션수행_결과의 함수

BE를 넘어서서 팀과 회사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 비로소 일이다.

미션 달성을 위해 몇 시간 일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5시간 앉아서 공부했다면 칭찬을 받지만, 대학생이

몇시간 앉아서 공부한 것은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해진다.

BE와 미션수행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책임감으로서 미션 달성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위험부담까지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BE와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 내야 하는 미션 수행은 겉에서 보면 다같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목표를 물어 봤을때, 5초안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쨌든 결과가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미션 수행의 결과가 성공했지만 사업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아나로그 오디오 기술개발이 디지털 산업에서 도태되는가 하면, 세계 최대의 LCD공장 완공 후 헐값에 시장에 팔려 사라진 일본 전자기술의 자존심 ‘샤프’도 있다.

죽어라고 일해서 목표는 달성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리고 만다.

미션을 제대로 하더라도 베스트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미션이 일의 첫 출발이다.

  • 크리에이션_가치의 함수

모든 기업과 조직이 원하는 진짜 일은 바로 크리에이션(Creation)이다. 이것은 바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었는지가 관건이다.

오늘도 전 세계의 수많은 학교, 회사에서는 이런 인재를 찾고 키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않는다.

과거 2차대전 당시, 미군 둘리틀 특공대의 일본 공습 이야기로부터 크리에이션의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의 2차대전 참전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당초 미국과의 전면전보다는 기습공격으로 일본에 두려움을 느끼게 한 뒤, 일본의 아시아 지배권을 인정받고자 하였다.

압도적인 해군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일본의 사기는 충천한 반면 미국의 사기는 급격히 떨어져, 미국 정치권에서는 일본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미국은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 본토 폭격을 위한 둘리툴 작전을 결정했다.

둘리툴은 이 작전 책임자인 툴리툴 중령의 이름이다.

함재기를 실은 항공모함이 일본 열도의 작전반경까지 접근할수록 절대 우위 전력을 가진 일본 해군의 역습을 받은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군은 항속거리가 짧은 해군 함재기 대신 항공모함 재착륙은 불가능하지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육군 B-25폭격기를 항공모함에 싣고 원거리에서 이륙시킬 계획을 세웠다.

상식적으로 이런 작전은 유례가 없었고 작전의 성공을 위해 작전 참여자 80명은 전원 자원자를 대상으로 선발했다.  ,

일본 본토 공격을 위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육군 소속 대원들과 해군이 서로 협력하여 항공모함에 폭격기를 싣기 위해 폭격기 무게를 줄이고 연료통을 추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 온 방식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직이 서로 힘을 합치고, 완전히 새로운 틀 속에서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을 서로 만들어 보고, 시험을 하였다.

결전의 순간

당초 일본 본토 640km지점에서 발진 예정이었으나, 폭격기를 실은 항공모함이 일본 본토 1300km 지점에서 일본 위장 경비정에 발각되자 그 지점에서 전원 발진하고 항공모함은 미 본토로 회항키로 결정하였다.

예상보다 작전 거리가 600km나 늘어난 이 결정은 일본 폭격 후 폭격기의 안전 귀환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작전 중 연료 고갈을 우려했다면 항공모함의 피격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 본토로 더 접근하거나 아니면 이륙을 포기하고 항공모함의 뱃머리를 미국으로 돌려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본 본토 폭격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전원 항모에서 이륙해 일본 본토 폭격을감행하였다.

미군의 폭격기가 일본 상공에 나타나자 일본군은 처음에 그 비행기를 아군기로 착각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일본까지 폭격기가 올 일이 없고(항공모함에 실려서 올 줄은 상상도 못함), 전투기 호위도 없이 폭격기 단독으로 일본에 올 일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었다

16대의 B-25 폭격기가 일본에 입힌 직접적인 피해(결과)는 50여명의 사망자와 가옥 260채 파괴가 전부였으나, 이 공습의 가치는 그에 비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첫째, 이 공습은 일본 역사상 최초의 외국에 의한 본토공격으로 기록되었다. 이로 인한 일본 수뇌부의 충격은 매우 컸으며 미 항공모함의 접근차단 실패 및 공습 조기발견 실패 등으로 일본내 해군과 육군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이 폭격에 따른 일본군의 조급한 반격으로 2달 뒤 미드웨이 해전이 발발했으며 그 결과, 태평양 전쟁의 저울 추는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둘째, 이 공습으로 미군의 사기가 올라간 것은 물론, 일본의 의도대로 미국 내에서 일본과의 협상을 주장하던 세력이 힘을 잃게 되면서 미국은 전 국력을 전쟁 승리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되었다.

셋째, 둘리툴 특공대의 일본 본토 공습의 경험은 3년 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의 예행연습이 되어 지루하고 어려웠던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 시기에 일본군이 선택한 카미카제 전술도 일견 보기에는 둘리툴 특공대의 공습과 비슷하였지만, 이것은 크리에이션이 아니라 그야말로 BE의 전형이었다.

일본은 전쟁초기 미국과 달리 우수한 조종사를 인력양성에 쓰지 못하고, 그 조종사가 전사할 때까지 전투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공중전을 치를 우수한 전투조종 인력이 고갈됨에 따라 무모하게 미 함정을 향해 자살을 감행하는 전략아닌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천황을 위해 장렬하게 산화했다는 자기 만족은 어젯밤 잠 안자고 일했다는 BE방식의 자기 만족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을 BE와 미션수행, 그리고 크리에이션으로 구분해 살펴보았지만 크리에이션으로 갈수록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고 리스크 또한 그만큼 커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일에 임할 때마다 본인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을 가지기를 권해 드린다.